280억대 불법 사이버 도박 운영진 '무죄'… "압수수색 영장 사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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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찰의 위법한 증거 수집으로 인해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지윤섭 부장판사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로 기소된 A(41)씨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 일당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도박 참가자들로부터 280억원을 입금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한 투자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경찰은 이 사건 연루자의 계좌가 도박사이트 환전 계좌로 사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계좌의 거래가 이뤄졌던 해외 IP주소를 추적하며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청주의 한 건물 사무실에서 IP주소를 우회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무실에 드나들던 A씨 일당을 도박사이트 운영진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금융기관과 포털사이트 업체 등을 압수수색해 도박사이트 계좌에서 일당의 월세와 자동차 렌트비,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A씨 일당의 인터넷 카지노, 슬롯 포털 클라우드에서 도박사이트 운영과 관련된 사진도 확보해 이 증거들을 토대로 이들을 붙잡았다.
하지만 A씨 일당은 “경찰이 위법한 수사를 했다”면서 범죄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압수수색 당시 금융기관과 포털사이트 업체에 압수수색 영장 원본이 아니라 사본을 팩스로 제시해 증거물을 확보했고, 압수 이후 압수품 목록을 교부하지 않아 절차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뒤늦게 압수수색 영장 원본을 금융기관과 포털사이트 업체 등에 제출했지만 법원은 A씨 측의 주장을 인정했다.
지윤섭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영장의 원본을 대상자에게 반드시 제시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적법한 집행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수사기관이 절차를 위반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으므로 배제한다”고 밝혔다.
지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은 도박 사이트 운영 사무실로 의심됐던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아 컴퓨터 등도 확보하지 못했고, 도박 사이트 운영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진술 증거도 얻지 못하는 등 배제된 증거 외에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도박 사이트 운영에 관련돼 있던 것이 아닌지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