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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오세훈 ‘사법적 타살’… 이재명 대통령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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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이 정치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이익과 정황만으로 형사책임을 추정하는 순간, 오늘의 판결은 내일 모든 정치인을 겨누는 칼날이 된다. 사진은 AI 일러스트를 활용해 편집 제작됐다. 좌부터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명 대통령. ⓒ천지일보 2026.07.25.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에서 형사법의 엄격한 증명원칙보다 “누가 정치적 이익을 얻었는가”라는 결과론이 앞선다면, 재판은 행위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정치적 승자에 대한 심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사건과 오세훈 서울시장 정치자금법 사건, 그리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사건은 서로 다른 범죄를 다루지만, 피고인의 인식과 목적을 주변 정황과 정치적 이익으로 어디까지 추론할 수 있는가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곽노현 판결, 사후매수죄를 만든 역사적 사건


곽노현 사건의 1심은 2012년 1월 19일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곽 전 교육감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지만, 서울고법은 같은 해 4월 17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12년 9월 27일 이를 확정했다.


진보진영에 속했던 당시 박명기 후보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사퇴한 뒤 곽 전 교육감이 2억원을 지급한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이른바 사후매수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이 판결은 사퇴 이전에 당사자 간 금전 지급 약속이 없었더라도, 사퇴 이후 지급한 돈이 사퇴의 대가라면 처벌할 수 있다는 사후매수죄 법리를 대표적으로 확립했다.


대법원은 사전합의를 필수요건으로 보지 않았고, 후보 사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려는 목적이 인정되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판결에는 헌법학계와 형사법학계의 거센 비판이 뒤따랐다. 법원이 곽 전 교육감이 선거 전 측근들 사이의 5억 원 합의를 알지 못했다고 보면서도, 박명기의 사퇴로 곽 전 교육감이 단일후보가 되고 결국 당선됐다는 정치적 결과를 근거로 2억 원의 대가성과 지급 목적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일부 판결평석은 대법원이 사후매수죄를 목적범이라고 해석하면서도 목적에 관한 충분한 사실심리 없이 유죄를 확정한 점을 비판했다.


역사적 인과관계와 법률적 대가관계는 다르다. 박명기의 사퇴가 없었다면 곽노현의 당선도, 이후의 2억 원 지급도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은 사건의 역사적 흐름이다. 그러나 2억 원이 박명기의 사퇴에 대한 법률적 반대급부였다는 결론에는 별도의 증명이 필요하다.


“그 사건이 없었으면 돈도 지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조건관계만으로 “그 돈은 사건의 대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곽노현 판결은 이 두 관계의 경계를 지나치게 완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세훈 1심이 다시 꺼낸 ‘정황에 의한 책임’


2026년 7월 22일 선고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도 비슷한 우려를 낳는다. 서울중앙지법은 명태균 씨 측이 실시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 2100만 원 상당에 대해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것으로 판단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아직 1심 판결이므로 확정된 결론은 아니다.


오세훈 사건의 핵심은 후보자가 직접 돈을 받았는지가 아니다. 참모와 후원자가 여론조사 진행과 비용 지급을 분담했을 때 오 시장이 그 구조를 알고 공동으로 실행했는지가 쟁점이다.


법원은 명태균과의 접촉, 여론조사가 필요했던 당시의 정치적 상황, 조사 시점, 참모와 후원자의 행동 등을 종합해 오 시장의 의뢰와 대납 요청을 인정했다.


형사재판에서 간접증거로 고의를 인정하는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사람의 내심은 대부분 객관적 정황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후보자에게 여론조사가 유리했다는 사실, 참모가 후보자를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과 후보자가 불법 대납을 인식·승인했다는 사실은 동일하지 않다. 전자는 정치적 개연성이고 후자는 형사책임의 구성요건이다.


◆두 판결의 공통점, 정치적 이익에서 형사책임으로


곽노현 사건과 오세훈 사건은 이 지점에서 만난다. 곽노현에게는 경쟁 후보의 사퇴와 단일화가 유리했고, 오세훈에게는 여론조사 결과가 유리했다.


두 판결 모두 정치적 이익을 얻은 후보자의 지위와 주변 인물들의 행동을 연결해 주관적 목적이나 고의를 인정했다. 결국 “그 일로 후보자가 이익을 얻었으므로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정치적 상식이 형사법상 고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인정 방식이 특정 정치인에게만 적용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같은 법리를 적용하면, 이화영 사건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4년 6월 7일 수원지법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형을 징역 7년 8개월로 낮췄고, 대법원은 2025년 6월 5일 이를 확정했다. 법원은 대북송금 가운데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지급한 부분을 인정했다.


당시 경기도지사는 이재명 현 대통령이었다. 따라서 법적으로 물어야 할 질문은 “대통령이 송금을 지시했는가”가 아니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대북송금을 지시하거나 승인했는지, 또는 최소한 쌍방울의 대납 구조와 그 불법성을 인식했는지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는가이다.


이화영의 유죄가 곧 이재명의 유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화영 재판에서 직접 판단된 것은 이화영 자신의 행위와 고의다.


다른 사람의 형사책임은 별도의 재판에서 별도의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경기도의 정책이었고 도지사가 정치적 수혜자였다는 사실만으로 공모가 성립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오세훈 1심처럼 후보자의 직접 지시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정치적 필요성, 핵심 참모의 행동, 제3자의 비용 부담, 연락 시점과 사건의 흐름을 광범위하게 연결해 인식과 공모를 인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일한 잣대를 이화영 사건에 적용할 경우 당시 도정의 최고책임자였던 이재명 지사 역시 그 추론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방북은 당시 경기도가 추진한 정책이었고 이화영은 평화부지사로서 대북사업을 담당했다. 쌍방울의 송금은 법원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도지사 방북 비용을 대신 지급한 것으로 인정한 행위다.


이러한 정황에 “정책의 최종 수혜자와 책임자는 도지사였다”는 논리를 더하면, 오세훈 사건에서 사용된 것과 유사한 추론이 가능해진다.


도지사의 핵심 정책을 담당한 부지사가 움직였고, 제3자인 기업이 비용을 대신 부담했으며, 그 결과가 도지사의 방북과 정치적 성과에 유리했다면 도지사가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연성의 논리다. “보고되지 않았을 리 없다”와 “실제로 보고되고 승인됐다”는 전혀 다른 명제다.


오세훈에게도, 이재명에게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정치적 이익이나 조직상 지위만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인식까지 추정해서는 안 된다.


주변 인물의 행위를 피고인에게 귀속하려면 구체적인 보고, 지시, 승인, 역할 분담이나 적어도 범행의 본질을 인식하고 수용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사법은 정치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오세훈 판결은 오세훈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후보자의 정치적 필요와 주변 인물들의 행동만으로 인식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법리가 확립된다면, 그 법리는 이화영을 넘어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향할 수밖에 없다. 법리는 진영에 따라 멈추지 않는다.


정치적 사법 개입은 중단돼야 한다. 형사재판은 정치적 상식이나 의심을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국가가 피고인의 범죄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는 절차다.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은 곽노현에게도, 오세훈에게도, 이화영과 이재명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정치적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먼저 찾고 그에게 범죄의 고의를 역산해 귀속시키기 시작하면 어느 정치인도 안전하지 않다.


오늘은 오세훈에게 적용된 추론이 내일은 이재명에게 적용되고, 다시 그다음에는 다른 진영의 정치인에게 향할 것이다. 사법부가 지켜야 할 것은 정치적 균형이 아니라 자기책임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엄격한 증명의 원칙이다.


그것이 무너지면 사법적 정의는 사라지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사람을 제거하는 ‘사법적 살인’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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